본문 바로가기
진솔한 육아일기

출산. 위대한 서막 | 제왕절개를 하다

by ZeZe.STORY 2023. 2. 7.

 

나는 처음부터 자연분만을 할 생각이 없었다.
나의 상황과 여러 가지를 생각하니 제왕절개가 낫겠다 싶었고, 또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제왕절개가 낫겠다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겁이 많고 걱정도 많다. 더 군다가 자연분만을 하면 언제 아기가 나올지 모르는데 그 시간을 고통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자연분만하러 병원에 들어갔다가 아기의 태변 먹음, 난산, 아기의 심박동 수 불규칙 등과 같은 이유로 수술을 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자연분만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확실하게 계획되어 있는 것을 좋아하니 제왕절개가 나에게 딱이다. 자연분만의 고통은 선결제 제왕절개의 고통은 후불제라고들 했다. 나는 고통은 인내하며 잘 참는 편이지 그건 나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으로의 머리가 크다는 소식에 임신 중기부터 아니 임신도 하기 전에 제왕절개를 생각했던 나인데 임신 후기가 되자 자연분만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뱃속에 있는 아기를 생각하니 자연분만에 대한 용기가 조금은 생겼다. 하지만 돋아나는 그 생각을 내가 밟아버렸다. 나는 무조건 제왕절개다.

 


임신 후기가 되니 배도 무겁고 걷는 것도 힘들어져 나도 모르게 팔자걸음을 하고 있다. 누웠다가 앉는 것도 힘들고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도 힘들다. 아기가 건강하게 40주까지 잘 자라기를 바랐는데 이제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많은 고민과 글을 읽은 후에 날짜를 정했다. 2022년 10월 14일 금요일로. 하루하루 날짜를 세며 지내는데 2일을 더 당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 말했다. 12일 수요일로 해달라고 말이다. 나는 2022년 10월 12일 아침 첫 타임에 수술 시간을 잡았다. 날짜를 당기고 나니 속이 후련한 느낌이다. 아기를 낳고 나면 불로 구워 먹는 집에 가기가 너무나 힘들어진다고 육아 선배님들이 이야기한다. 나는 오빠랑 매일매일 밖에 나가서 외식을 했다. 하루는 고기, 하루는 조개구이, 하루는 양고기.. 매일이 파티다. 하지만 나중에 잘 오지 못할 곳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드디어 출산 전 날이다. 오빠랑 양고기를 먹고 카페까지 간 다음 집에 왔다. 태교 하며 바느질했던 자수와 모빌들을 살펴보고 카메라로 찍어보았다. 또 내일 들고 갈 짐은 빠진 것이 없는지 살피고 푹 잤다.

 

 


드디어 대망의 출산일이 되고 아침에 샤워제개를 하고 대변도 힘주어 누었다. 이제는 진짜다. 오빠랑 시간 맞춰서 통영 자모산부인과로 향했다. 초음파를 하는데 아기가 3.3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그새 또 컸나 보다. 마지막 초음파 사진을 들고 수술 전 태동검사와 수축검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간호사가 수축이 있다고 한다. 그럼 오늘 수술 안 하면 자연분만 할 수도 있었던 거네 라는 생각이 들며 2일을 당긴 것에 너무 감사하다.
입원실을 배정받고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후에 나는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오래되고 작은 산부인과라서 시설이 엄청 좋지는 않다. 그래도 여기에서 통영의 많은 아기들이 태어났으니 잘 될 거라고 믿는다.
먼저 다리 사이로 소변줄을 꽂아 넣고 옆으로 누워서 척추마취를 했다. 척추에 관이 들어가는 거라서 마취주사를 맞은 다음에 관을 넣어 척추마취를 한다. 주사가 살짝 따끔했지만 괜찮았고, 옆으로 돌아누워 선반에 있는 약통들과 수술도구들을 구경하며 척추 마취에 대한 두려움을 날려버렸다. 똑바로 눕고 양팔을 옆으로 벌려서 내 팔을 속박한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마취과 선생님과 마취가 잘 되었나 확인 후 박재기 원장선생님이 들어오신다. 내 얼굴을 보고 우리가 잘할 거니깐 걱정 마세요.라고 이야기 하고 내 가슴 쪽 천이 덮인 아래로 가서 수술을 시작하신다.
나는 척추마취를 했기 때문에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다. 수술 중에 너무 무섭거나 두려우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나는 하나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다. 의연함 그 자체였다. 내 머릿속에는 두려운 생각이 아니라 기도와 찬양만 가득했다. 감사할 뿐이었다.
의료진들의 수술 소리가 들리고 무얼 하는진 모르겠지만 내 배가 흔들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와 크다. 와 크다 크다." 그러고 남자 간호사님이 내 윗배를 꾹 강하게 몇 번을 누르고 그리고 아기가 쏙 내 배에서 나왔다.


2022년 10월 12일 Am 10:54 /몸무게 3.56kg 건강한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나는 이제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편해졌다. 간호사들은 아기를 닦고, 양수를 빼며 오빠를 불렀다. 오빠는 나를 지나쳐 아기를 보고 진짜 크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중에 오빠에게 수술대 위에 배를 가르고 있는 나를 보았느냐라고 물었더니 오빠는 고개를 절대 돌리지 않고 아기만 보고 직진하여 앞으로 갔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배 가르고 고생하는 걸 봐야지 왜 안 봤냐고 장난치기도 했다.

 


누워있는 나에게 초록천에 쌓인 으로가 다가왔다. 아기를 보면 감동의 눈물을 주룩주룩 흘릴 줄 알았는데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냥 마냥 신기하고 기뻐서 헤헤 웃기만 했다. 그게 으로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아기는 검사하러 가고 나는 수면마취를 하고 복부를 꿰맸다. 눈을 떠보니 회복실이었고, 간호사가 겉싸개에 아기를 감싸서 나에게 데리고 왔다. 하반신 마취를 한 나는 누워서 으로를 보았다. 너무너무 작고, 인형처럼 귀여웠다. 그런데 간호사가 나에게 아기 젖을 물리라고 했다. 저는 젖이 안 나오는데요?라고 하니 그냥 물리라고 그러면 나중에 그 느낌을 알고 수유를 할 거라고 했다. 옷을 젖히고 으로에게 내 가슴을 내주었다. 으로가 작은 입으로 쪽쪽 빠는데 이것이야 말로 진짜 엄마가 된 느낌이 들었다.

으로가 태어나고 진짜 가족이 된 기분이다. 진짜 엄마가 된 느낌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또 앞으로의 행복들이 기대되기도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