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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육아일기

조리원 천국 | 자모 산부인과. 자모 조리원

by ZeZe.STORY 2023. 3. 2.

 

아기가 태어나고 나는 입원실로 향했다. 밑에는 소변줄을 꽂았고 하반신 마취로 허리 아래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감각도 없었다. 오빠는 병원 설명을 들으러 가고 나는 입원실에 엄마와 어머님과 함께 남아있었다. 

출산 후에 바로 오로가 나오기 시작했고, 엄청난 양의 오로에 엄마가 내 엉덩이 밑에 깔려있는 산모 패드를 갈아주었다. 하의는 팬티도 안 입고 있던 상태였지만 엄마라서 괜찮았다. 

엄마와 시어머님이 가시고 오빠가 돌아왔다. 무통주사와 페인부스터까지 하고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렇게 아프지 않았고, 간간히 무통주사의 버튼을 눌렀다. 진통효과가 있을 때 좌우로 많이 움직이면 좋다고 해서 나는 다리를 구부려서 좌우로 움직이고 다리를 위아래로 쉴새없이 움직였다. 사실 그것도 움직이기 만히 힘들었으나 빨리 회복 되고 장기 유착방지가 된다고 해서 참고 했다.

일을 마친 동생과 아빠가 저녁이 되어서 아기를 보러왔고, 유리창 넘어 신생아 실에 있는 아기의 모습을 사진을 찍어서 나의 입원실에 가지고 왔다. 나도 어서 회복 되어서 아기를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다.

 

22.10.12 추니아빠가 찍은 사진

그렇게 밤이 되었고, 나는 오빠의 도움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걷기 운동을 했다. 걸을 곳이라곤 입원실의 짧은 복도였지만 그 길을 걷는 것도 쉽진 않았다. 운동을 잘한 탓인지 방구도 바로 나왔고, 소변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진통의 효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아니 희미해져갔다. 나는 무통주사를 눌렀다. 아니 거의 버튼에 손을 붙이고 있었다. 고통이 너무너무 심해서 간호사실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미 진통제가 많이 들어가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습니다. 였다... 너무 절망적이었다. 진짜 진짜 너무 심하게 아픈데... 나는 결국 그 날 밤 아파서 눈물이 흘렀다. 아프니깐 눈물이 저절로 났다. 잠도 자지 못했다. 잠에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하며 그 날밤은 꼴딱 다 새었다.

22.10.13

다음 날이 되어서 아침부터 우리는 아기를 보러 출발했다. 아직 성치 않은 걸음걸이와 초췌한 모습이지만 내가 낳은 내 아기를 두 눈으로 빨리 보고싶었다. 힘든 한걸음 한걸음을 걸어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향했다. 내 이름을 말하니 케이지가 내 앞으로 왔고, 눈을 감고 있는 작고 소중한 아기가 눈 앞에 나타났다. 말도 하지 못 할 정도로 작고 또 작았다. 아기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더니 정말 다 똑같이 생긴느낌이었고, 엄청 예쁘진 않았다. ㅋㅋㅋ 아직 눈도 많이 못 뜨고 부어있는 탓이겠지?^^ 그래도 내 눈에는 예쁘고 귀한 선물이다. 

22.10.13

 

2째 날 밤에 갑자기 가슴이 너무 아프고 열이 나고 몸살이 났다. 이게 뭐지 왜 갑자기 몸이 아프지 하는 순간 떠오른 단어 '젖몸살'이었다. 하루만에 이렇게 젖이 돌고 젖몸살까지 오다니. 몸살과 오한이 너무 심하게 와서 간호사실에 전화를 했다. 간호사님이 오셔서 나에게 바로 진통제를 놔주셨고, 다행히 조금은 괜찮아졌다. 간호사님이 내 가슴을 만지며 유축과 마사지를 하라고 하셨다. 급하게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기저부 마사지를 시작했다. 내 가슴이 너무나 딱딱하고 만질 때도 너무 아프고,, 이틀째 날 밤도 눈물 겨운 잠을 청했다. 

 

셋째날 아침에 신생아 실 옆방에서 유축을 했다. 유축기의 압력을 통해 내 가슴에 있는 젖을 짜내는 건데 기계를 사용해도 진짜 조금 나왔다. 10mm? 가슴이 이렇게 커지고 딱딱해 졌는데 겨우 이 정도라니 절망이었다. 나는 젖이 안 나오는 사람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라고 했다. 내가 모유수유라니 이름만 들어도 감격 스러운데 모유수유를 하려면 아기를 내 손으로 안아야하는데 어떡하지 벌써 걱정이 되었다. 으로가 수유실로 들어오고 자세를 잡은 나에게 아기를 건내주었다. 나는 아기를 안은 적이 없어서 안는 방법도 몰랐고, 아기를 안은채 덜덜 거리고 있었다. 가슴을 내어놓고 아기의 입에 마추어 젖을 물려주었다. 으로는 작은 입으로 젖을 찾아서 쪽쪽 빨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기와 내가 하나가 되 느낌이라서 감격 스러웠다. 왼쪽 젖을 물리고 오른쪽 젖을 물리고 싶은데 아기를 내 손으로 돌려 방향을 바꾸기가 너무 어렵고 무서웠다. 나는 케이지에 놔둔 뒤에 다시 드는 방식으로 아기를 안았다. 젖을 주었지만 아직 잘 나오는 젖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기가 조금 빨다가 울며 짜증을 내는 듯 했다. 

 

입원실에서는 5일간 오빠와 함께 먹고 자고 생활했다. 병원 밥은 생각보다 맛있었고, 오빠와 나는 아주 맛있게 매끼 먹었고, 매일 함께 걸으며 운동을 했다. 잠을 잘 때는 오빠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내가 코를 너무 많이 골아서 오빠가 너무 힘들어 편의점에서 귀마개를 사왔다. 내가 코고는 것이 오빠는 너무 안쓰럽다고 했다. 수술로 몸이 너무 몸이 부어서 코고는 거같다고 하고는 편의점에서 귀마개를 사와서 끼고 꿀잠을 잤다고 했다...ㅋㅋ

22.10.16

 

조리원 가기 하루 전 날  입원실 옆방에서 계속해서 심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간호사 실에 문의하니 아무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했고, 시끄러우면 내 방을 옮겨주겠다고 했다. 나 내일 조리원 가는데.. 그냥 참자 했는데 밤 10시가 넘어서 간호사가 유축실에 와서는 죄송하다가 옆방에 코로나 환자라고 이야기 했다. 하루 일찍 조리원에 올라가라고 말이다. 그 전에는 아무말 없더니 너무하다.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저희도 어떤 조치를 취했을텐데. 아쉽지만.. 밤에 짐을 대충싸서 조리원으로 올라갔다. 같이 조리원에 있던 언니에게 이야기 하니 그 언니는 그 신생아와 자신의 아기가 같은 신생아 실에 있는 것이 찜찜하다며 집에 간다고 한다... 나는 어떡하지 하다가 엄마에게 울며 전화했더니 당장 집에 가자고 한다.. 그 시간 밤 11시 반. 신생아 실에 이야기 하고, 아기 준비를 부탁드렸다. 입을 옷도 없어서 아빠트레이닝 복을 입고 밤 12시가 넘어서 우리 집으로 갔다. 우리집에서 준비 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청소마저.. 지금 집에 갈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엄청 멘붕이었다. 우리는 밤을 홀딱새서 청소하고 젖병 씻고 난리가 났다. 결국 아무도 잠을 자지 못했고,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던 나는 수간호사와 30분 간의 면담을 통해 다시 조리원에 들거가기로 한다.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 신생아는 격리가 되어있었고 다행히 코로나 음성이라고 했다. 생후 5일 된 아기가 하루 밤 지냈을 뿐인데 너무 힘들었고, 신경을 많이 쓴다고 잠도 자지 못했다. 조리원에 오니 이런 천국이 없었다. 아기도 다 봐주고 케어해주고, 그래서 조리원 천국이라고 하나보다. 

22.10.17

 

병원을 간 당일 아침 바로 조리원에 들어오기로 하고 아기를 바로 신생아 실에 맡기고 나는 조리원방에서 쉼을 취했다. 조금있다가 모자동실이 다가왔다. 모자동실은 아기와 내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다. 1시간 30분 동안 말이다. 내가 아기를 본다구요?! 저 혼자서요?! 신생아라서 그런지 아기가 잠을 많이 잔다. 거의 반 이상은 잠만 자는 것 같다. 가끔 젖병에 모유를 데워서 주기도 한다. 그러면 내가 젖병으로 주기도 하고, 모유를 주기도 한다. 젖병으로 주면 아기가 아작 삼키는게 힘든지 사레가 걸려서 켁켁 거린다. 그리고 숨을 못 쉬는 듯이 청색증이 오는거 같기도 했다. 나는 너무 심하게 놀아서 아기 등을 두드리고 하임리히법을 하고 아기 발바닥에 땅콩을 해서 일부러 울리기도 했다. 그 이후오 수유 시간이 너무 무서웠다. 다음 번에도 사레가 걸리고 큭 하길래 바로 발바닥에 땡콩을 해서 울렸다. 너무 예쁘지만 신생아 보기는 보통이 아니다. 모유 수유도 하고 싶지만 아기가 오른쪽은 잘 물고 왼쪽은 안 문다. 보호기를 착용하고 해도 안 문다. 나중에 되면 괜찮아 질 수도 있다던데 성격 급한 엄마는 빨리 물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다.

 

22.10.17

 

아기랑 사진도 찍고 수유도 하고 안아주면서 모자동실 시간을 즐기고 있다. 우리아기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다들 콧대 높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우리아기 너무 예쁨. 콧대 감상을 하고 있는데 아기가 오줌도 아닌 응가를 했다. 나는 서툰 솜씨로 속싸개를 벗기도 배냇저고리를 접어 올려서 기저귀를 벗긴다. 그리고 한팔로 아기를 안아서 세면대에서 아기 응가를 씻어주었다. 하나도 더럽지 않았다. 내 손에 응가가 묻었지만 괜찮았다. 그냥 잘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할 뿐이고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아기는 얼굴도 작지만 손도 작고 발도 작다. 그냥 다 작다. 속싸개에 감춰진 작은 발을 볼 때면 생명의 신비가 확 와닿는다. 꿈틀거리고 움직이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인형도 아닌데 인형같고 천사도 아닌데 천사같다.

 

22.10.18

 

 

이제 제법 모자동실 시간이 재밌다. 아기랑 요리조리 사진찍는다고 사진에 진심인 엄마는 바쁘다. 집에서 부터 챙겨간 우드디데이판으로 아기 사진을 완성해주었다. 매일 해주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 ~

우리아기 눈 감고 자는 모습도 너무 귀엽다. 앙 깨물어주고싶다.

 

 

22.10.20

드디어 우리아기의 제대가 탈락했다. 진짜 세상으로의 출발을 의미한다. 축하한다고 하며 신생아실  선생님이 봉퉤 넣어주셨다. 배꼽 관리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조리원에서 떨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가야 세상에 온 걸 환영해 항상 행복만 가득하기를 기쁨만 가득하기를 엄마가 노력할게 !

 

22.10.21

 

매일매일 지인이 아주 많이 찾아온다. 친구들 교회지인들 가족들 등등 엄마는 늙은 할머니가 하기 싫다고 올 때마다 예쁜 옷으로 차려입고 온다. 너무 웃기다 ㅋㅋㅋㅋ

지인둘이 올 때마다 나도 나가서 우리 아기를 같이 본다. 봐도봐도 너무 귀엽다 ><

우리아기가 신생아 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건 입 오물거리기와 윙크를 하는 것이다. 아직 한 쪽눈이 잘 안 떠져서 생기는 귀여운 윙크인 것 같다. 덕분에 사진이 너무 귀엽게 나온다.윙크하는 신생아라니 

 

오늘 동영상을 찍다가 우리아기 너무 사랑스러운 짤이 생성되었다. 볼은 통통하고 입은 배시시 웃고 있고, 평온하게 감은 눈, 그리고 단정하게 빗긴 머리까지 예쁜 신생아의 표본같다 너무 예뻐.. 나중에 이 사진으로 오빠는 현수막을 만들었다고 하죠 ^^

22.10.23

 

 

난 이 사진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분유라떼에 취해서 눈을 감고 입을 헤 벌리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귀여운 혀까지 ~~ 마지막으로 헝클어진 머리가 포인트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이 사진을 보니 이 때도 너무 그림다. 아직 많이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아기들은 매일매일 얼굴이 바뀌니깐. 옛날에는 그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 줄 몰았는데 지금은 너무 공감한다. 매일이 아쉽고 매일이 소중할 뿐이다.

22.10.24

 

 

나는 조리원에서 젖소였다. 모유가 아주 좔좔 나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초유가 찔끔! 그래서 아 나는 안 나오려나보다 했다. 그리고 초유가 조금 더 줄줄 나오고 그러다가 매일매일 양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안 짜면 가슴에 모유가 너무 차서 새벽에도 유축을 해야되는 날들이 되었다. 한번 유축할 때 250ml는 나왔고, 한번 짜면 3번 먹을 양이 나왔다. 하지만 아기는 내 젖을 잘 물지 않았고, 나는 유축해서 젖병으로 수유하는 유축수유를 했다. 그래서 아기에게 모유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게 유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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